"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다원이 '나는 수다원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 왜냐하면, 수다원을 일러 '흐름에 든 자'라 하지만 수다원에겐 실로 들어가는 바가 없습니다. 빛과 소리와 향기와 맛과 감촉과 법에 들어가는 바가 없습니다. 그저 이름이 수다원일 뿐입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다함이 '나는 사다함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 왜냐하면, 사다함을 일러 '한 번 더 왕래하면 열반에 들 자'라 하지만 사다함에겐 실로 오고 감이 없습니다. 그저 이름이 사다함일 뿐입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나함이 '나는 아나함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 왜냐하면, 아나함을 일러 '열반에 들어 돌아오지 않을 자'라 하지만 아나함에겐 실로 돌아오지 않음이 없습니다. 그저 이름이 아나함일 뿐입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라한이 '나는 아라한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 왜냐하면, 실로 법이 있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름이 아라한입니다. 세존, 만일 아라한이 '나는 아라한과를 얻었다'는 생각을 한다면 아, 인, 중상, 수자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세존, 부처님께서는 저 수보리가 다툼이 없는 삼매를 얻은 사람 가운데 최고의 제일이 되었다 하셨습니다. 이 제일이 바로 하고자 함을 버린 아라한이라 하셨습니다.
세존, 저는 제가 하고자 함을 버린 아라한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세존, 제가 만일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고 생각했다면, 세존께서 '수보리는 아란나 행을 즐기는 자'라 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수보리가 실로 행하는 바가 없기 때문에 수보리를 아란나 행을 즐기는 자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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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상: 나와 네가 구분된다는 생각. 인상: 인간과 다른 생물이 구분된다는 생각. 중생상: 생물과 무생물이 구분된다는 생각. 수자상: 존재와 비존재가 구분된다는 생각.